동대구역 앞 카페, 오후 4시.
마주 앉은 50대 초반 분 손에 폐업신고서가 들려 있었습니다.
"법무사님, 가게 정리하면 저 뭘 할 수 있죠?"
이 한 문장에 답하려면 한 시간이 모자랍니다.
오늘은 자영업자 회생, 그 길고 미묘한 길을 정리해 드릴게요.
먼저 숫자 하나만 짚고 시작합시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자영업 폐업률은 약 9.1%였습니다.
이 중 채무를 남기고 폐업한 사례가 절반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즉, 1년에 약 35만 명이 사업 부채를 안고 폐업한다는 얘기예요.
대구만 따로 보면 매년 약 1만 8천 건 안팎의 자영업자 도산이 있습니다.
폐업이 먼저인가, 회생이 먼저인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이겁니다.
"가게 정리하고 회생 신청해야 하나요, 회생 먼저 신청해도 되나요?"
정답은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영업 중 상태에서 회생을 신청하시는 게 유리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예요. 영업 소득이 가용소득 산정의 근거가 되고, 거래처에 갑작스러운 충격을 안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적자가 심해 영업 자체가 부채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월 매출 800만, 월 임차료·인건비·재료비 합 1,100만 원이면 매달 300만 원씩 더 빚이 늘어나죠.
이런 분께는 폐업 후 회생을 권합니다.
폐업 시 직원 퇴직금·임차보증금 반환 등 정리해야 할 항목이 많아서, 폐업 결정 직후 바로 신청하는 게 깔끔합니다.
폐업 시기와 신청 시기를 최적화하면 청산가치를 크게 줄일 수 있어요.
영업소득은 어떻게 잡나요
자영업자의 가용소득 산정은 직장인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법원은 "최근 1년 평균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잡되, 다음 자료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하나, 부가가치세 신고서 최근 4분기.
둘, 종합소득세 신고서 최근 2년.
셋, 사업장 매출 통장 12개월 거래내역.
여기서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어요.
"매출"과 "소득"은 다릅니다.
월 매출 1,500만 원이라도 임차료·인건비·재료비 빼면 실제 영업이익은 300만~400만 원인 경우가 많죠.
법원은 매출이 아니라 영업이익(혹은 종합소득세상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가용소득을 산정합니다.
이걸 정확히 잡지 않으면 변제금이 비현실적으로 책정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에 상담했던 김밥집 사장님 사례를 공유할게요.
월 매출 950만 원, 본인 인건비 빼고 영업이익 약 280만 원.
첫 상담에서 다른 사무소가 변제금 110만 원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영업이익을 매출처럼 계산한 거예요.
정확히 다시 잡으니 가용소득이 음수에 가까웠고, 결국 파산 면책으로 진행했습니다.
사업 부채는 종류부터 분류해야 합니다
자영업자의 부채는 일반 채무자와 구성이 다릅니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보증서 대출, 거래처 미지급금, 직원 임금·퇴직금, 임차료 미납, 세금·4대보험 체납.
이 중 어떤 건 회생으로 정리되고, 어떤 건 정리되지 않습니다.
정확한 분류 없이 시작하면 인가 후 예상치 못한 청구가 다시 들어옵니다.
회생으로 정리되는 채무는 신보·기보 대출, 거래처 미지급금, 신용대출, 카드 등 일반 채무입니다.
반면 직원 임금·퇴직금 일부, 4대보험·근로소득세는 우선 변제권이 있어 회생 안에서 일부만 정리됩니다.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등 일반 조세는 우선권이 있고 면책 대상이 아닙니다.
양육비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채무가 큰 경우 회생보다는 분납·체납 정리 절차를 병행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폐업 신호"가 보일 때
저는 첫 상담에서 이런 신호 다섯 가지를 확인합니다.
하나, 매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인가.
둘, 운영자금을 신용대출·카드론으로 메꾸고 있는가.
셋, 직원 임금 또는 거래처 결제가 1회 이상 지연된 적이 있는가.
넷, 본인 생활비를 사업 통장에서 인출하고 있는가.
다섯, 잠을 5시간 이하로 자는 날이 한 달의 절반 이상인가.
다섯 개 중 셋 이상에 해당하시면, 폐업과 회생을 동시에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입니다.
참고로 이 다섯 신호는 통계가 아니라 제가 12년 동안 자영업자 사건을 진행하며 정리한 경험적 기준입니다.
사람마다 임계점이 다르지만, 셋 이상이면 객관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혼자 버티시면서 결정을 미루실수록 보증인·가족에게 부담이 옮겨갑니다.
빨리 결심하는 게 가장 큰 비용 절감입니다.
실전 — 24개월 카페 운영 후 회생 인가
5월 둘째 주에 인가받은 사건입니다.
40대 초반 부부, 수성구에서 디저트 카페 24개월 운영, 누적 손실 약 8,200만 원.
신보 보증서 대출 4,500만 원, 거래처 미지급 1,800만 원, 본인 신용대출·카드 1,900만 원.
폐업 후 본인은 카페 매니저로 재취업, 월 실수령 약 280만 원, 배우자 파트타임 약 120만 원.
부부 합산 가용소득은 약 90만 원으로 산정됐어요.
변제 설계는 36개월 변제, 월 90만 원, 총 변제액 약 3,240만 원.
원래 사업 부채 8,200만 원 중 약 60%가 면책되는 구조입니다.
폐업 시점을 정확히 잡았던 게 컸어요.
재고를 헐값에라도 처분해 청산가치를 낮췄고, 임차보증금 환급 시점을 신청 일정과 맞췄습니다.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변제 총액 수백만 원을 좌우합니다.
지금 점검해야 할 것
자영업자 회생은 "언제 시작하느냐"가 결과의 70%를 좌우합니다.
적자 누적이 길어질수록 청산가치가 부풀려지고 변제 총액이 커집니다.
폐업이 떠오르신다면 다음 자료부터 챙겨주세요.
최근 4분기 부가세 신고서, 종합소득세 2년치, 사업장 거래내역 12개월, 거래처·직원·세금 채권 목록.
이 정도면 1시간 상담으로 사업 전체 그림이 잡힙니다.
본인 케이스가 회생/파산 중 어느 쪽에 적합한지 궁금하시면 셀프진단 7문항으로 출발점을 잡으세요.
정밀 진단은 무료 사전 상담으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정확한 숫자부터 확인하시는 게 먼저고요.
폐업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정리하고 다시 출발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사장님들 한 분 한 분의 다음 챕터를 함께 그리는 게 저희가 가장 보람 느끼는 일입니다.
